부엌으로 걸어간다. 싱크대 앞에서 멈춰선다. 망설인다. 이미 틀렸다. 그래도 싱크대 아래있는 수납장을 열고 가장 잘 날이 서있는 제법 큰칼을 손에 쥔다. 손목으로 그 날을 느껴본다. 눈을 감고 상상한다. 내가 내 손목을 깊이 그어버리는 상상. 생각만으로 동맥이 쪼그라드는 느낌이다. 희열을 느낀다. 속이 뻥 뚫린듯 시원하다. 죽음. 그것은 분명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. 나는 왜 살고있나. 이렇게 끈질기게 고민하며. 뭘 위해서. 삶을 위해서? ㅎ 우습다.
오늘 부터 명상에 들어갈 예정이다. 화방에 가 큰 캔버스를 사고 가장 얇은 펜으로 미친짓을 할 예정이다. 잡념따윈 사라지길바라며. 처음으로 살기위해 그림을 그린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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